당신은 함선의 창가에 붙어 있고, 그 아래에는 엉망진창으로 파괴된 세계가 있다. 전란은 지표면을 완전히 파괴했다. 반물질 폭탄은 엄청난 파괴력으로 평원에 거대한 구멍을 내고, 지하의 도시 공간마저 함께 부쉈다.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본다. 너무나도 익숙한 눈빛이다. 그 눈빛은 기대와 슬픔을 잃고, 결국은 분노마저도 잃어 공허하다.

 

하지만 당신은 낙담하지 않는다. 설사 기나긴 밤에 백 앰버기원 동안 이러진 카르가 공화국이 멸망했다고 해도, 당신은 세월의 흔적에서 그 영토를 재구축하고 과거의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 지금의 헤일로버는 더욱 그러하다. 헤일로버 사람들이 살아있는 한, 천번 만번 파괴되어도 문명의 꽃은 다시 피어날 것이다. 당신은 그 무표정한 사람들에게 가서 그들을 위해 벽을 세우고, 폐허 속에서 문명을 복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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