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지도 못하고, 본 적도 없는 곳을 떠올리듯 무언가 잡히지 않는 것들이 늘 그리웠다. 늘 목적도 없이 홀로 길을 걸어야 했다.
발걸음을 멈춘 채 조각난 이름들을 나열할 때, 이름 없는 지명을 기억할 때, 떠나간 것들을 불러보듯 얼굴 없는 사람들의 표정을 읽어낼 때, 나는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호주머니 속에 있는 양손을 황급히 꺼내어 들고 손금에다가, 손가락으로 한 개의 단어씩 꾹꾹 눌러 적어보곤 했다.
한참 동안 그것들을 바라보며 조금씩 확장되어가는 느낌의 세계를 믿을 수밖에 없는 이상한 확신이 들 때, 언젠가 태초에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는 말씨 같고, 보물을 찾으려는 것도 아닌데, 지워진 길과 언어를 연결하며, 마치 도달해야 할 곳이 있다는 그 막연한 믿음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도 걷는 이 길을 본다.
이 길의 끝이 낭떠러지가 아니라고
용기를 잃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